주요배역 : 쿈(스기타 토모카즈), 스즈미야 하루히(히라노 아야), 아사히나 미쿠루(고토 유코), 나가토 유키(치하라 미노리) 고이즈미 이즈키(오노 다이스케), 아사쿠라 료코(쿠와타니 나츠코)
제작사 : 교토 아니메
며칠 전에 우여곡절 끝에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이하 소실)을 봤다.
극장에서 상영을 할 때는 시간 혹은 다른 일로 여유가 없었다.
원체 극장에 가는 것을 꺼리는 터라 여유가 있었어도 아니 갔겠지만..
어쨋거나 잠이 오지 않아 끙끙대던 밤에 소실을 봤다.
1. 엔드리스 8의 악몽이여 안녕.
아마 21세기 초반 10년기의 애니를 이야기함에 있어서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은 에반게리온에 맞먹는 충격을 가져온 작품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엔드리스 8의 악몽으로도 길이길이 기억될 것이다.
케이온의 선풍적인 인기도 어느 정도는 이 사건의 여파도 있을 것이다.
스즈미야 하루히'짱'의 우울 직전에 벌어진 나이스 보트 사건부터
2기의 방영연기에 이르는 동안 참아왔던 팬들의 분노가
엔드리스8의 만행을 통해 폭발되며
2기 방영의 시간벌기용에 가까웠던 케이온의 인기폭발로 이어진 측면도 있다.
(물론 그를 떠나서 케이온이 굉장한 작품이란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위의 문장들의 시간적 순서가 좀 뒤엉키긴 했는데
기묘하게 서로 영향을 끼진 것도 분명한 것이다)
게다가 하루히 그 자체가 되어버린 히라노 아야의 인기하락까지 이어지며
하루히 시리즈의 전망도 암울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누가 그랬던가 '지금의 야마칸은 웃고있을 것이라고'.. .
2. 그러나 하루히는 죽지 않아. 다만 좀 더 데레데레거릴뿐.
하루히 시리즈의 2기가 본격적으로 꼬이게 된 이유로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처음 들려오던 소식에는 분명 소실이 들어있었는데
방영되며 소실은 빠져있었다.
그 루머가 가짜였는지, 갑자기 극장판으로 빠지면서 꼬인 것인지 알 수는 없었으나
지금에 와서 소실을 보니 극장판으로 만든 것은 잘한 선택인 것 같다.
더욱이 원작자가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10권의 출간을 예정하고 나섰으니
그동안 잠잠하던 열기를 다시 일으켜 돌아선 이들의 발걸음을 다시 불러세울 수 있을지,
애니 3기를 기대할 수 있을런지 궁금해했었으나
소실을 보고나니 좀 희망적으로 보아도 될 것 같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은 아직 죽지 않았다.
원래 교토아니메가 오리지널은 그닥이지만 기존의 원작이 있는 작품의 질은 확실하게 내놓았었다.
이 놈의 회사는 TV판을 만들 때에도
세세한 거 하나하나 신경쓴 영상에(동작 하나하나 흐트러짐이 없는)
작붕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작화의 질을 선보였는데
극장판으로 만들어내니 더 우주굇수다운 작품을 만들어 버렸다.
교토의 제작 시스템에 대해서 좀 않좋은 말도 있고
(노동력집약 방식의 제작스타일이나 자체인력관리면에 매우 비판적인)
오리지널에 약하다는 약점이 있지만 이정도 만들어내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가입원서를 돌려주는 장면에서 나가토의 손이 갈팡질팡 하는 장면의 섬세함은
교토 아니메가 아니었으면 구경도 못했을 명장면이라고 본다.
3. 3명의 팬 모두를 위한 적절한 배분, 그러나 나가토모에
스즈미야 하루히의 주요 여성 3인방은 각각의 팬층을 거느리고 있다.
주인공인 하루히야 당연할 것이고
미쿠루나 나가토도 매니악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이 극장판에서도 각기 다른 파트에서 각각의 팬들을 위한 장치들을 많이 선보였는데
사실 소실의 주역은 나가토였으니 그녀의 몫이 좀 많았다.
평소의 무미건조한 유기체 인터페이스 어쩌구의 모습에서
모든 것이 뒤바뀐 후의 문학소녀 다운 모습은 나가토의 팬들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라 보는데
나가토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입장에서 봐도 좀 설레일 정도긴 했다.
어쩌면 선택의 순간의 쿈의 입장이 되었다면
가입원서를 내버리고 다른 키를 눌렀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하루히의 포니테일이라거나 쿈의 회복후 보여주는 데레데레한 모습,
미쿠루 어른버전의 매력발산 등은 나가토 모에 일변도로 흐르는 것을 막아주었다.
개인적으로 하루히의 데레데레와
미쿠루 어른 버전의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이 제대로 나와줘서 고마웠다.
역시 맘 속의 순위는
하루히>미쿠루>>>아사쿠라>>>여동생>>>>>>>>>나가토라서.
4. 그리고 진정한 츤데레는 누구인가?
하루히 시리즈에서 쿈은 여주를 부각시키는 단순한 남주를 넘어
중요한 화자로서의 기능까지 수행하는 존재다.
또 작중에서는 하루히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존재이기도 하다.
맨날 궁시렁대지만 사실은 기둥과도 같은 존재인 것이다.
TV판에서도 바쁜 그의 입은 이 소실에 일러선 거의 랩퍼처럼 대사가 많아지는데
띄엄띄엄 보면 1인 독백으로 일관하는 작품으로 보일정도다.
그만큼 소실은 그의 심경변화와 진로결정에 있어 중요한 부분인데
스기타 토모카즈는 쿈을 제대로 그려주었다.
특히나 자꾸 보다보면 이 작품에서 진정한 츤데레는 누구인가란 의문을 갖게 되는데
약간은 껄렁한 듯한 그의 목소리는 남자가 츤츤데레데레 모드가 될 때
바로 이렇게 들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히라노 아야의 질주도 스기타 토모카즈의 존재가 아니었으면 크게 빛을 보지 못했으리라.
마지막 결정을 앞두고 읇조리는 독백은 최고였다고 해야겠다.
총평 : 그것은 좋은 것이다~!!
주) 애니 평가기준은 건담 명대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좋은 것이다 (지온군 대령 마쿠베 대사 / Fantastic!)
모에 아가레 모에 아가레~ (건담 오프닝 / Good)
아무로 나갑니다~! (연방군 소위 아무로 출격시 / 감 좋아요)
자쿠와는 달라! (지온군 대위 란바 랄 / 그래봤자 그프..)
난 살거다 살아서 아이나와 결혼할 거다 (08소대장 / 쌩뚱맞죠?!)
그대는 시대의 눈물을 본다 (Z건담 차회예고 / 보다가 울고 싶은 애니가 있을 때)
그대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건담 차회 예고 / 살려주셈!! 엉!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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