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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乾談諺解

각도기 파라다이스 - 기동전사 건담 UC 카토키 하지메 메카니컬 아카이브스(AK, 2013)

큰 선생, 오니와라 쿠니오 이후 우주세기 건담월드 메카닉 디자인의 큰 축을 담당하는 건 카토키 하지메라는 것은 우주세기 팬들에게는 거의 기본 상식이 되어가고 있지요. 


그러나 각도기라는 별명에서 보듯 지나치게 각이 져 있다던가, 또는 극단적인 쩍벌포즈, 그리고 데칼의 극단적인 남용 등이 그의 단점으로 꼽히지요. 건담 팬들에게 이래저래 까이기만 하는 각도기지만 더 큰 문제는 첫째, 모빌슈츠의 객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겠지요. 하나의 모빌슈츠를 창조해내면서도 큰선생은 마치 자기가 실제 모빌슈츠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게 합니다. 바로 18미터의 거체를 인간이 실제로 보는 느낌, 즉 올려다보는 시각이 자연스럽지요. 반면 각도기는 그냥 반다이의 건프라를 마주하는듯한 느낌을 줍니다. 거기에 덕지덕지 붙은 데칼과 실제 그렇게 서있다간 금방 넘어질듯한 다리찢기가 결합되어 뭔가 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야할까요. 뭐 이건 개인 느낌이라 우기면 할 수 없겠네요.


각각 출처: RX-78 = Gundam Mechanics 1권(1998년), MSA-0011 = Mobile Suit Gundam illustrated 2003. 왼쪽 건담 그림은 큰선생 디자인의 표준영정(틀려!)



다른 문제는 그의 완전한 창작은 없다는 겁니다. 자신이 처음부터 다 만드는 게 아니라 누군가 초안을 짜오면 그것을 다듬는 스타일이라 독자성이 떨어지는 약점 때문에 데칼덕후가 되어버린 건 아닌가 싶어요. 가까이가면 나가노 마모루, 멀게는 큰선생처럼 독창적인 능력을 보일 수 있는 시대도 아니라 무작정 욕할 수는 없긴 합니다. 뭐,  다들 건담을 리얼로봇이라 부르고 수퍼물보단 리얼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토미노나 각도기나 리얼한 흉내를 내는거지 지들이 리얼한 적은 없습니다. 전쟁을 초단기간에 잊어버린 일본인들 소꼽장난의 극치랄까요. 건담을 리얼하게 만든 건 그렇게 욕을 먹는 건덕들의 설정놀이입니다.(그러니까 대머리영감 입닥치세요!!)


하여간 올 2월에 유니콘의 책이 하나 나왔습니다.  바로 이거죠.


오늘 경춘선에서 찍느라 상태가 좋지 않아요.(뻥까지마!) 요건 띠지를 뺀 버전

요건 뒷모습. 흔들리는 초점에 신경쓰면 세배나 빠른 로리가 발길질을 할껍니다.

포장지를 걷어내고 띠지를 넣으니 더 낫군요. 옆은 크기를 가늠하기 위한 넥7의 찬조 출연. 사실 기차안에서 이 원고를 쓰고 있었어요.

이번에 유니콘은 거의 정보 없이 보는지라 그가 얼마만큼 손을 댄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유니콘을 제대로 본 건 과거 유물이 잔뜩 튀어나오는 4화만 봤습니다. 소설이나 만화도 안읽을 상태라서 본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단 역시나 짐이나 그 후손들은 폭죽으로 그렸다는 불만 정도는 가지고 있어요. 뷁~!! -_-;;;)


유일하게 본 4편은 그간 소수민족(?)이었던 MSV팬들에겐 최고의 선물이었다고 봅니다. 아쿠아짐도 공식화되었어요. 하지만 피워보지도 못한.. 흑흑..


이 책은 이전에 각도기가 건담에이스에 연재했던 시리즈의 개정작업과 총집성이라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도판과 설정치만 나열된 책과 달리 모빌슈츠의 디자인 배경이나 어떤 생각을 갖고 이런 디자인을 한 건지, 또는 소설을 얼마만큼이나 구현한 건지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책입니다. 우리가 각도기의 뇌를 뜯어 볼 수는 없으나까요.


책은 아주 맘에드는 판형(상의 주머니 안에 들어간다! 왔따다!)으로 만들어져 휴대에도 좋습니다. 다만 그만큼 그림이 작다는 건 감안해야할 문제지 싶어요. 그런데 전반적인 색조가 붉은 색이 강해서 선화를 볼 때 좀 거술리는군요. 이게 원작대로라면 뒈져버려 각도기를 외칠 일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용자 AK가 잔소리 좀 들어야죠.(그들을 너무 화나게 해선 안돼!! 다신 건담책 정발 안해줄지도 몰라!!) 그러나 loto(lotto가 아님)랑 풀아머 유니콘의 선화를 보면 아마 원작부터 그럴겁니다. 


이 선화의 색은 두고두고 이 책을 볼때마다 걸립니다...

중장비다! 화력전이다! 가라 유니콘 덴드로비엄!!!(한때 다즈냥이 좋아하는 건 중장비 화력전 모델들입니다. 아.. 싹수가 노랬던 화력덕후)


앞에서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각도기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각도기는 건담 팬들에게 내새끼입니다. 혼내도 우리가 혼을 내고 빨아도 우리가 빨아줍니다.(와~ 비건덕들이 이걸 읽으면 조낸 재수 엄따고 할 거 가타...) 그가 욕을 먹는다해도 그것은 대개의 경우 큰선생과의 비교 또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선에서 후덜덜하게 까는 겁니다. 아마 우주세기 골수들에게 후꾸닭(시드 만든 개객기)과 각도기가 물에 빠지면 누굴 구할거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단순명쾌한 답이 나올 겁니다.(뒈져버려! 미노프스키 열핵반응로에서 소멸해버려! 후꾸닭)


여보시오, 각도기선생, 내가 새아도 아닌데 이런 색깔은 그닥 조타가도 조치 아니하단 마리오~~~.


유니콘을 좋아하던 말던, 그건 각자 알아서들 할 문제고 모빌슈츠나 전함보며 ㅎㅇㅎㅇ거리는 분들이라면 9,800원의 가격으로 충분히 즐거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각도기여~, 이번만은 머찌구나.. 요건 인정. ㅎㅇㅎ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