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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좋은 것

다시 말하는 AREA88 TV판을 위한 방패질

아마 어느 애니게시판을 뒤져봐도 AREA88의 TV판을 OVA보다 더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 내지 모빌슈츠는 없을 것이다. 그래 D모냥이 그러하다!


물론 객관적으로는 구작이 100만배는 낫다. 버블시대 초반부의 셀그림으로 그런 연출과 작화를 보여준다는 것은 신기에 가깝다. 마크로스의 이타노 서커스와 함께 구작의 공중전 연출은 새로운 지평을 연 것과 마찬가지다.


TV판이 욕을 먹는 것은 오히려 뒤쳐진 작화를 보여준다는 것인데, 일단 구작이 굇수수준이었고, 신판이 나오기 전에 우린 전투요정 유키카제와 마크로스 제로를 봤다. 구판을 뛰어넘은 작품이 나와버려 비교 폭이 너무 늘어난 거다.


하지만 신판도 할말은 있다. 사람들이 그렇게 감동적으로 보는 구판의 마지막 장면까지다. 그 시대에도 무리 없게 그려낼 부분은. 원작을 본 사람들은 그 출격 이후 얼마나 괴랄하게 나갔는지 알것이다. 2천년대 들어서는 그 정도까지도 나가는 것이 힘들어졌다. 스토리를 짜는 것에 무리가 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렇게 칭송을 받은 구판이나 유키카제 마크로스제로는 모두 제작 호흡이 긴 OVA였고, 신판은 제작호흡이 너무 짧은 TV판이라는 것을 간과한다. 물론 그럼에도 공중전 연출만은 방패질 하기에 부족하다. 한참.


그런저런 욕먹을 거리 속에서도 신판을 좋아하는 이유는 원작이나 구판의 구도에서는 카자마 신이 왜 그렇게 이를 악물고 하늘을 날아야 하는지 설명해주지 못한다. 그리고 료코는 그에게 어떤 사람인지 설명해주지 못한다. 이 작품의, 신판의 진짜 중요한 이야기는 모든 사람들이 지쳐 나가떨어진 료코의 결혼식 장면에서 등장한다. 거기서 카자마 신은 그저 사진, 비행기의 마크로만 말을 한다. 그것을 알아본 료코의 떨리는 목소리. 그리고 달려가며 자신의 운명을 꺾어버리는 달아나는 신부. 왜 그는 날아야 하고, 료코에게 돌아가야 하는지, 왜 그의 하루하루가 그렇게 처절한 투쟁인지 보여준다. 직접 투사하는 것이 아니라 거울에 살짝 비친 것을 보여주며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은 원작과 구판에서는 도저히 다가가지 못한 경지다.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성우인 유키노 사즈키의 걸작을 꼽는다면 대다수는 이누야샤를 꼽을 것이다. 그러나 D모냥은 이 신판의 마지막 장면을 꼽는다.(그 다음은 플라네테스, 그 다음은 풀 메탈 패닉) 유키노 여사는 늘 강한 여자아이, 살아 튕겨나가는 감각을 그 자체로 표현하는 재주를 지녔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그 에너지를 숨김으로 멀리 떨어진 두 연인이 서로를 인지하며 힘겹게 투쟁하는 부분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연기를 최고로 꼽는다.


그리고 카자마 신의 인생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신판의 삽입곡, 날개.

 


말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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