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서 일본에서 나온 SF애니 중에서 개인적인 우수작을 꼽으라면 먼저 교향시편 에우레카7이 앞설 것이고(정말 버릴 것이 없다. 3기 오프닝 영상 빼고. 모든 장면 하나하나 약냄새가 진동하는 걸작이다. 특히 후지와라 케이지의 연기는.. 며칠 전에 본 리제로 18화의 그것도 압도한다. 훌쩍) 그 다음이 캐샨 sins가 될 것이고(이 역시 다시 볼 수 없는 명작이다. 모에돼지를 의식하지 않고 만든 마지막 애니? 게다가 브라이킹 보스 성우가 죽었다. 엉엉엉) 그 다음으로 제가페인을 꼽겠다. 좀 더 넣으라면 플라네테스, 창궁의 파프너 프리퀄인 right of left까지 5편
나머지 작품들이 절대적 지지를 받거나 소수의 강력한 팬덤을 가진 것에 비해 제가페인은 안팔린 작품의 대표주자로 조소의 대상이다.(뭐 2천장 팔렸다는 뜻의 1제가도 다른 작품들이 깼지만) 주인공 소고루 쿄가 정체성을 찾는 초반은 지루하다. 그리고 선라이즈의 마이히메 언저리에 나온 캐릭터 디자인 갠적으로 진짜 별로다.
그러나 이 작품의 힘은 사람들이 외면하고 떠난 후반부에 나온다. 교향시편 에우레카 7과 함께 에바 이후로 자폐증을 멋진 것이라고 착각하는 애니판에 이렇게 통렬한 인간의 의지를 내놓은 적이 없다. 건담 1화에서 아므로가 후라우의 뺨을 때리던 장면을 뛰어넘은 것이다. 아무리 취향에 안맞아도 불타오르는 꽃밭에서 절규하는 장면까진 참아라. 그때부터 진짜 SF다운 SF가 펼쳐질테니.
앞으로 일본애니에서 앞으로 사람은 왜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자신을 부딛쳐 알고자 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 흔하디 흔한 디지탈화한 세상에 대해 이렇게 강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 이야기를 만들어낼 작가도, 참고 윗전의 압력을 막아낼 편집자도, 배짱있는 애니메이터도, 무엇보다 그걸 봐줄 시청자도 없다. 이 중2병의 시대에 고뇌가 설 자리는 없다.
여러 번에 걸쳐 나뉘어 보여준 엔딩영상의 총집편은 제가페인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물론 인간이 왜 인간으로 살아가야하는 가는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이 살아가는 세계가 어떤 세게였는가에 대한 설명으론 이 이상의 것을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지금도 종종 찾아듣는다.
말꼬리 ---------------
이; 작품 하면 하나자와 카나를 빼놓을 수 없다. 물론 첫 출연은 라스트 엑자일(여기서 사이토 치와, 기타무라 에리도 첫 출연)의 단역이지만 나름 주역으로 처음 나와 국어책 연기라고 대차게 까였지만 사실 이 역에 그 목소리가 딱이었다는 거. 나름 하나자와 카나의 첫 등장부터 지켜봤으며 중요한 분기점 작품마다 즐겨온 셈. 모에돼지들의 여신이 된 이후는 잘 안보지만. 아! 아직 만개하기 전 이노우에 마리나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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