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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옛날 글

#008-라무네

아예 독감예방주사를 맞았는데도 여지없이
감기양이 애정공세를 또다시 시작했습니다.
사실 한참 전부터 걸렸다가 나았다가 다시 걸렸습니다.
항상 침대에 붙어사는 두통양과 겨울만 되면 찾아오는 감기양의
치열한 규방다툼은 하루 이틀이 아니죠.
뭐 우짜겠습니까.
두 손은 두 사람의 손을 잡으라 있는 것!
오늘도 몸살파워를 동반한 감기양의 적극 공세에 밀려
종일 침대에 누워 애니만 봤습니다.

라무네를 인코딩 해놓고 몇 년째 묵히다 이제야 봤습니다.
처음에 방영할 적에 별로 안끌려서 봉인상태로 두었는데
그 이유가 화면하고 주인공 나나미였던 것 같아요.
그 시절엔 백치미를 동치미보다 더 싫어했거든요.
그런데 츤데레, 쿨데레, 얀데레, 피가 통하는 여동생까지 겪다보니
백치미 정도야 걍 봐줄만하더군요.
(E.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의 마지막 장은 '넓어지는 지평선'이었죠.
역시 인간의 시야는 넓어지나봅니다.... ;;;;;)

남자 하나에 여자 여럿 나오는 애니(굳이 미연시물이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유형의 작품에는 필히 여성들의 육탄공세와 판치라
각종 노출장면이 우리를 즐겁게 해주죠.
예전에 어느 영화 감독이 한탄한 것처럼
나뭇가지 흔들리는 걸로 지나가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이 작품은 남자 하나가 여러 여성들을 섭렵하는 것과 달리
오로지 주인공 2인이 중요하며 나머지 여성들은 호감은 있지만
오히려 둘 사이를 긍정해주고 밀어주죠.(단 사쿠라는 예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판치라같은 눈요기는 커녕
손하나 잡는데도 무척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베르단디-모리사토 케이치 커플 이후 이렇게 화딱지나는 커플은 첨입니다.
이걸 보면서 눕@, 덮@..같은 비명을 마음 속으로만 질렀습니다.
(낡은 집이라 다 들리거든요. 헤헤)
오히려 1930년대 신파극을 보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둘 사이는 답답하게 지나갑니다.
최근 유행하는 추세부터 애니본 사람들은 고문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1960년대 영화처럼 '나 잡아봐라'식의 애정행각은
정말 무대처럼 잔잔하게 흘러갑니다.
그게 오히려 이 애니가 지닌 편안함 같습니다.
아직도 세상 어디에선가는 진국의 사랑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죠.
뭐, 빠른 속도로 살아가는 게 그렇게 위대한 건가요?

개인적으로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을 먼저 본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백치미를 싫어하던 때, 이 애니를 보았다면
고투더사마(후등읍자님 별명입니다)의 목소리가 나오는
아사히나 미쿠루의 모험을 틀자마자 지워버렸을지도 모르죠.
너무 백치미로 일관해 짜증날 수도 있었지만
이미 어쩝니까.
히다마리나 하루히로 완전 면역상태가 된 것을.
그런데 이 라무네를 거치면서 
고투더사마의 캐릭터성이 더욱 강해진 것이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 다르게 말하면 주목은 못받았지만 
필모그라피의 한 획을 긋는 계기가 되었달까요.
최근 '백치미는 호리에 유이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고투더사마, 읍자씨의 마력엔 못당합니다. 우그우~~~ 

마지막에 주인공이 사고를 당하고
(아니 이 계열 애니 보면서 남주 이름, 얼굴 기억하는 '작자'는 없겠죠?)
쓰러진 병실에서 읍자씨가 우는 대목이 너무 길었어요. 여러 번,
막판에 급발진을 한 건 좋은데 거기서도 질질 끌었죠.
덕분에 읍자씨의 눈물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어요.
그냥 하던대로 은근하고 긴 호흡대로 했으면 어떨까.
차라리 좀 일찍 일어나서 천천히 재활하는 게
두 사람의 알콩달콩 러브스토리를 더 아름답게 하지 않을까.....
....
생각해 보지만 어디 이 장르가 예술성 따지던가요. 에휴..

총평 : 읍자씨와의 옛정으로 아무로 나갑니다~! 주지요.

말꼬리 : 
때론 아시히나 미쿠루랑 결혼하고 싶다고 청원한 놈이 가끔은 이해가 됩니다.
(당신도 이미 중증이야!!!!!!!!!!!!!!!!)

주1 )애니 평가기준은 건담 명대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좋은 것이다 (지온군 대령 마쿠베 대사 / Fantastic!)
모에 아가레 모에 아가레~ (건담 오프닝 / Good)
아무로 나갑니다~! (연방군 소위 아무로 출격시 / 감 좋아요)
자쿠와는 달라! (지온군 대위 란바 랄 / 그래봤자 그프..)
난 살거다 살아서 아이나와 결혼할 거다 (08소대장 / 쌩뚱맞죠?!)
그대는 시대의 눈물을 본다 (Z건담 차회예고 / 보다가 울고 싶은 애니가 있을 때) 
그대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건담 차회 예고 / 살려주셈!! 엉!엉!엉!)

- 0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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