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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옛날 글

#010-Area88

누군가 이걸 보고서 혼이 안느껴진다고 했다. 
그도 그럴듯이 리메이크는 쉽기도 하지만 그만큼 부담이 많은 것. 
초딩때인가? 다즈냥이 아직도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의례적으로) KBS1에서 틀어준 전투기 만화영화에 모두들 넋을 잃어버렸지. 
그때까지 거대로봇물에서 하염없이, 하염없이 흩날리는 꽃잎마냥 
우수수 떨어지곤 하던 전투기에 생명을 불어넣어주었던 Area88. 
지금은 초기일본만화의 역동성이 안느껴진다, 
거대로봇의 혼을 느껴보자.. 말도 많지만 
그 시절엔 이런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애니는 그리 흔치 않았다. 
건담, 마크로스같은 리얼로봇물이 한참 세력을 떨치곤 했었지만 
주인공에게 영웅의 면모 대신 인간적인 면모를 부여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내기 시작한 시대였다. 
즉, 수퍼히어로 대신 안티히어로의 시대가 도래할 때 Area88은 우리를 흥분시켰다. 
약간 전작에 비해 혼이 덜 느껴지는 건 뭐일까? 
우선 전작이 OVA인 반면 이번 작은 TV판이어서 더 대중적이어야 한다는 거. 
원작이 중후반으로 갈수록 요즘 사람들에게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원초적 한계. 
(모래 위의 이동항모, 절벽의 공군기지, 대통령의 유산, 개인이 사버린 항공모함... 등등) 
어차피 2004년에 무리없이 애니화할 수 있는 건 초반부 스토리뿐이다. 
그것도 이미 전작과 공유하고 있는 것이 많아, 리메이크에는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다. 
거기에 당시 혁명적이었던 영상에 비해 이번 작은 평균에 턱걸이하는 수준.
(이건 후배놈말임) 
카자마 신이 전작과 달리 덜 비극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는 거, 
즉 가슴에 와닿는 것이 적었다는 게 이번 리메이크판의 새로운 약점. 
그렇지만 다즈냥은 재미있게 보았다. 
마지막에 신의 사진을 보고 료코에게 마코토가 하는 말에서 불만은 사라졌다. 
왜 신이 불행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는지 알 것같다는.. 
전작이 당시로는 혁명적인 영상과 알듯모를듯한 격정이 어우러진 80년대의 영상이라면 
이번 작은 2000년대의 정제된 감정이 살아있는 거라고 이해하자. 
처음엔 오프닝에 비해 별로였던 엔딩 "전장에서의 춤"도 갈수록 맘에 드는 것. 
또 전작만큼이나 인상적인 엔딩이 나왔다는 거에 좋은 점수. 

# 유키카제를 보면서 감탄했던 장면들, 사실 Area88이 없었다면 우리가 어떻게 볼 수 있었을까? 
# 건담마저 수퍼로봇화하는 것을 보며 약간 거북스럽다. 언젠가 "리얼로봇의 눈물"이란 책이 나오진 않을까? 유행은 돌고돈다.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녀석들이 언젠가 돌아와 다즈냥을 기쁘게 하리라.. 

- 0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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