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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옛날 글

#013-역시나 월척이었던 제가페인..

가끔 신작을 선택함에 있어서 평판이 좋은데도
내가 끌리지 않아 안보는 것도 있고,
(아리아는 원작의 팬이면서도 애니는 안본다)
영 평이 좋지 않은데 억지로 밀어붙이며 선택한 녀석이 있다.
작년 후반기에 그렇게 해서 지옥소녀와 IGPX를 건졌다면
(지옥소녀는 초중반의 무미건조함으로 악평이 자자했지만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시마뽕의 무시무시한 연기가 나올 줄.
IGPX는 평범한 녀석인 줄 알았는데 후반으로 가면서
아름답다라고 할만한 영상을 질릴 정도로 선보였다)

올해는 제가페인이 그 부류에 속할 것 같다.

선라이즈의 최신작들은 캐릭터 디자인부터가 
어딘지 내키지 않았는데 역시나 이 녀석도 썩 끌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계속 본 것은 볼만한 SF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사실 너무 기대했던 에르고 프록시는 너무 무거워 흥미 상실)

처음부터 다 보여주지 않고 양파껍질 벗기듯 
하나하나 보여주는 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게하는 면에서 효과적일 수 있으나
그 보여주는 속도가 사람을 지치게 할 때도 있다.
제가페인이 초기 방영분은 그랬다.
이걸 계속 봐야하나 말아야하나 싶을 정도로 고민하게 했다.
(하필 역사상 가장 많은 신작이 나온 4월시즌 아닌가!)
그러나 소고르 쿄우가 시공의 뒤틀림을 인지하게 되고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진실을 개닿게 되면서부터 급물살을 탄 것 같다.
(개인적으론 뒤틀린 시공을 시계 바늘로 보여준 것,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는 지하철 부분에서부터 안정적 궤도를 탔다고 본다)

처음엔 조연에 지나지 않던 카미나기가 갑자기 비련의 주인공이 되고,
이 세상의 진실이 분명해졌을 때 환호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
(CG빨로 승부하는) 그저 그런 뽕빨 SF가 아니라
지난해 후반 내 뒤통수를 때린 에우레카 7에 버금갈 문제작이랄까?
(두 작품 다 대중성은 그다지..)
특히나 다시 리셋되는 세상을 앞두고 친구들과 보내는 장면은
SF 애니에서도 드문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네타방지를 위해 설명은 다 빼고 있지만
SF를 좋아한다면 이 작품은 놓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한달가까이 신작에 대한 리뷰를 쉬는 동안 제대로 감상한 건 몇작품 되지 않는데
아무리 바빠도 챙겨볼 정도로 가치있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구할 수 있다면 아서 클라크의 "도시와 별"이란 책도 보시길 권한다.
다즈냥도 보지 못한 책이긴 한데
이 책에 대한 글을 읽고난 터라 제가페인의 세계가 낯설지 않았다.
물론 두 작품이 연결되어있다는 것은 아니고
제가페인의 세계와 연결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말꼬리 :
자꾸 에우레카 7이나 IGPX랑 연결짓게 되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로봇이란 녀석을 쓰면서도
유난히 기계의 존재감이 떨어지는 데다가
이 작품들이 기계보단 인간관계에 더 무게중심을 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나마 IGPX는 환상의 액션이라도 나왔지만
에우레카 7은 아예 로봇애니가 아니다란 생각을 하고 봤습니다.
역시나 제가페인도 로봇은 존재감이 없습니다.

-0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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