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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옛날 글

#001-건담 1/2, 샤아의 선택

많은 사람들이(주로 뇨자) 백식의 잔해가 우주 공간을 떠돌 때 분노했었고, (자살 소동까지 벌어져, 처음에는 전사를 암시했다가 행방불명으로 발표되었다지..) 또 많은 사람들이 기렌으로 변해버린 그의 최후를 사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건담"사가"에서 아므로 레이보다 더 많은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던 샤아는, 붉은 혜성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의 죽음과 함께 건담"사가"는 끝났다. 그 뒤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은 그저 저열한 흉내일 뿐..

샤아의 변신은 어쩌면 한 사람의 영웅이 겪은 서글픈 후일담일런지도 모르겠다. 뭐, 영웅의 결말은 독재자와 순교자의 길, 두갈래 뿐이라 하지 않던가. 처음에는 아버지의 원수를, 나중에는(에우고 시절) 아버지의 이상을 위해 싸웠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는 인류의 모습에 절망한 끝에 가지 말아야 할 길을 선택한 것 뿐이다.

뉴타입이란 무엇인가? 단절과 단절의 벽을 넘어 인간과 인간의 연결을 이룰 수 있었던 존재가 아닐까. 그러나 단지 살인기계로 전락하고 있었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아마 샤리아 블루를 만났을 때부터 그는 깨닿고 있었다. 뉴타입의 한계를 인류는 더 많은 절망과 퇴보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여전히 라라아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 아므로나, 나중에 미쳐버린 캬뮤보다 더 순수했던 것은 샤아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지구권으로 돌아온 것이고, 아므로와 같이 싸웠지만 결국 그는 기렌의 길이라는 극단적인 길을 다시 밟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여린 그는 마지막까지 기렌처럼 철두철미할 수도 없었고, 아므로는 어느새 자신을 뛰어넘고 있었다. 그게 그가 패한 원인이었다.

- 0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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