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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옛날 글

#003-羊의 노래..

    우리들은 .. 양의 무리에 숨어든 늑대가 아니예요.
    송곳니를 가지고 태어난 양일 뿐이죠.

어두컴컴한 저녁, 황량한 벌판, 양 두 마리가 서로에게 기대어 울고 있다.
아니, 어쩌면 양은 무리를 지어 울고 있을지 모른다.
추운 겨울에 선잠이 든 채로 서로 몸을 파고들고 밀려나며 몸을 녹인다.
그게 얼어죽지 않으려는 양의 생존법이다.
발작을 일으키면 타인의 피를 마셔야 하는 시즈나와 카즈나 남매,
둘은 송곳니를 가지고 태어난 양이다.
그리고 그들을 먼발치에서 바라봐야만 하는 미나세와 야에가시도 양의 목소리로 운다.
두 남매의 노래인 동시에 송곳니를 가진 양을 품어야 하는
무른 이빨을 가진 양들의 노래이기도 하다.
난, 살아남는 카즈나에게 염소의 다리를 가진 자의 목소리로 속삭였다.

"넌 죽어야해. 살아서 네 씨를 뿌린다해도 결국 또 하나의 슬픈 양을 낳게될 뿐이야.
시즈나의 생각이 옳아. 네 저주받은 씨는 네 대에서 끊어져야해.
그게 비극을 끝맺는 길이야."

원작에선 살아남는 카즈나는 애니에서 죽었다.
누나가 남겨준 약병(아버지가 자살할 때 쓴)을 열고 누나의 손을 잡은채로.
나는 어떻게든 카즈나를 살리려한 원작자의 생각을 긍정한다.
하지만 살려야 한다, 살아야 해.. 라고 맘 속에서 울먹이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운명을 결말지은 사람들의 선택도 긍정한다.

요즘, 나는 예쁜 애들이 나오는 하렘물(시스터 프린세스, 해피레슨)이나
황당한 개그(에비츄, 위기일발 아가씨, 크로마티 고교)보다
잔잔한 드라마(마리미테, 마법사에게 소중한 것, 하이바네 연맹)을 선호해왔다.
요즘같이 울적하고, 만성 슬럼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지금,
우연히 흘려듣게 된 양의 노래에 끙끙 앓게 될런지 모르겠다.

-0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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